◇ 컬트 와인과 부티크 와인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인 경매장. 미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첫선을 보인 컬트 와인 ‘오퍼스 원’(Opus One)을 사기 위해 산매업자와 브로커들 사이에 일대 전쟁이 벌어진다. 관련 있는 와인 메이커 외에는 맛을 보지 못했지만, 이 와인은 당시 한 병에 2,000달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며 세기의 명품으로 떠올랐다.

지금도 미국의 최고 와인 하면 오퍼스 원을 꼽는다. 그렇다면 미국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컬트 와인(Cult Wine)과 부티크 와인(Boutique Wine)이란 무엇인가.

컬트 와인은 소량 고품질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하여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는 와인을 일컫는다. 9곳의 톱(Top) 컬트 와인이 있고, 그레이스 패밀리(Grace Family Vineyard)의 경우 94년에 겨우 48상자(1상자 12병)만을 생산하는 등 많아야 최고 2,000상자를 넘지 않는다. 70년대에는 미국내에서도 와이너리 밖까지 줄을 서서 테이스팅하며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부티크 와인도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 비어 앤드 와인 서비스 사의 사장 안드레 앤더슨은 “실제 정의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대부분 큰 와이너리들이 1년에 수십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비해 부티크 와이너리는 1만병 정도만 생산해낸다”고 설명한다. 돈이 많이 드는 어려운 작업으로 정열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하고 제조과정을 엄격히 관리하는 만큼 높은 은행이자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오크냄새가 진하고 알코올 농도도 높아 테이스팅 대회에서 늘 우승을 차지하곤 한다.

최근 한국에도 톱은 아니지만 컬트 혹은 부티크 와인 그룹에 속하는 와인이 어렵게 수입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이러한 와인들은 값도 비싸지만 자체 소비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Sold out’을 내걸고 잘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몇몇 국내 수입업체들이 시도했으나 얻어내지 못했다. 한데 와인을 사랑하는 한 재미교포 2세의 노력으로 현지에서도 맛보기 쉽지 않은 8종이 한정 수량 국내에 들어왔다. 특히 미국에서 한국의 창고까지 냉장 컨테이너로 운반되어 통관 관계자들도 처음이라며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중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드는 실버 오크(Silver Oak·나파밸리산 26만원·사진)는 뉴욕 맨해튼에서 백만장자들이 마신다는 콧대 높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또 내면에 깔린 장미의 잔향이 이지적인 바넷(Barnett·카베르네 소비뇽·18만원)과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의 조화로 과일 맛이 애교스럽게 요동치는 침니 락(Chimney Rock·11만5천원), 달콤한 바닐라향이 벨벳처럼 우아한 러더퍼드 힐(Rutherford Hill·메를로·5만8천원)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와인을 고르면서 한번쯤 고심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수입 행로 등 보관상태다. 특급와인이나 시간을 다투는 보졸레 누보는 비행기로 들여오지만 대부분은 배로 수입된다. 그 과정에서 적도를 지나며 배 위쪽에 선적된 컨테이너 박스의 온도는 무려 섭씨 67도를 웃돌게 된다. 따라서 배의 하단 ‘로열석’이 아니면 와인이 팽창하여 코르크 사이로 내용물이 스미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냉장 컨테이너는 비용이 1.5배정도 비싸 외면당하는 실정.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한번 요동을 겪은 ‘피곤한 와인’을 마시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현지에서 와인 맛을 본 사람이면 ‘이상하다. 이 맛이 아닌데…’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다.

현지 전문가와 함께 8종의 와인을 선정한 서울와인스쿨의 김준철 원장(51)은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특급 와인들”이라며 “무엇보다도 냉장운반되어 소비자들이 싱싱한 와인을 맛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에노테카’ 등 일부 와인전문점에서만 판매한다. (02)518-3456


- 손현주기자 hj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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